Business community to success for blockchain business.

앞선 글 에서 이더리움 이후 블록체인 세대의 과제는 탈중앙화 네트워크로 기존 신뢰와 서비스의 파괴, 대체 작업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서비스 구현에 들어가기에 앞서 반드시 해야하는 세가지 작업은 다음과 같다.

  1. 상세하고 실현가능한 비즈니스 요구사항의 분석 및 도출이 필요하다.
  2. 비즈니스 요구사항 수립과 더불어 그에 상응하는 소프트웨어 요구사항의 도출 및 분석이 병행되어야한다.
  3. 두 가지 요구사항이 서로 맞물려 타당성 및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 작업이 끝나고 나면 이제 서비스 구현에 들어가면 된다. 그런데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남았다. 바로 human-factor, 이것을 일구어갈 사람들이다. 다른 사업과는 다르게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공동체는 어떤 성격을 지녀야 하는지 정리해보았다.

블록체인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한 열정

흔히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라고 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사업에서는 이윤추구를 1순위 목표로 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블록체인 1세대를 연 비트코인, 2세대를 연 이더리움 그 둘 모두 코인으로 돈을 벌기위해서 만든 플랫폼이 아니었다. 사토시 나카모토, 비탈릭 부테린 그리고 이들과 초기에 함께한 사람들. 이들은 탈중앙화라는 사상과 이것을 통해 실현할 가치를 위해 블록체인을 만들었다. 그 가치를 세상이 인정했고, 그들이 개발한 플랫폼과 코인은 자연스럽게 현실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블록체인 비즈니스는 사업주체의 이익의 추구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중앙화된 세계에서 줄 수 없는 어떤 가치(이익)를 줄 수 있는지가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미래가 있다.

따라서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하려는 공동체는 이것을 통해서 어떤 가치를 실현할 것인가 그 가치에 대한 공감과 동의, 열정으로 모인 공동체여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가치기반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목표 가치가 분명해야 앞서말한 명확한 요구사항의 분석과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없던 가치를 만들어내려해야 새로운 서비스의 설계가 가능하다. 그래야 새로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의 설계도 가능하다.

충분한 보상

가치에 대한 열정으로 공동체가 똘똘 뭉쳤다고 하자. 하지만 현실세계의 사람들이 과연 열정만으로 없던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열정을 쏟아야한다. 열정을 쏟기 위해서는 집중할 수 있어야한다. 회사는 공동체 구성원이 집중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훈련하는 운동 선수에게 그가 집중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운동장, 코치, 의료진, 식단 등)을 조성해 주듯이 말이다.

이는 바로 금전적인 보상이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적절한 보상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의 능력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능력에 맞는 보상은 기존의 기성 사업분야에서 책정하는 방식이다. 기성사업은 기존에 해오던 대로 하는 업무방식이 있다. 기존의 계산 방식이 있다. 그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계산할 수 있다. 보상에 따라 기존에 기대하던 범주 안의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 하지만 세상에 없던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업은 다르다. 해오던 방식이 없다. 이전에는 기대할 수 없던 목표를 달성해야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기 위해 끊임 없이 타성과 싸우고, 관습과 싸우고, 익숙함과 편안함과 싸우는 자기파괴의 과정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오롯이 가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는 금전적인 보상이다. 전 세계에서 블록체인 사업, ICO 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다른 회사, 다른 공동체, 다른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자기파괴에서 오는 고통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경제적인 넉넉함에서 오는 여가(여유)로 해소할 수 있다. 부족한 조건, 비슷한 조건에서는 사람은 더 나은 보상을 찾는데 정신을 쏟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공동체가 경제적인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서비스를 만들수도 있지 않은가? 라고 가정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한 가지 가상의 시나리오를 그려보자. 어떤 공동체가 새로운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든다고 하자. 이를 만드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경제적 부족함에 허덕인다.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런칭하기만 하면 넉넉해질 것이란 기대로 플랫폼을 끝까지 만들어 낸다. 이들은 이 플랫폼이 건강한 탈중앙화, 공유/분배 경제를 이루는데 관심이 있는 것일까? 코인 발행 또는 다른 수단으로 자신들이 가져갈 이익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플랫폼 최초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이러하다면, 이 플랫폼에서 채택하는 거버넌스(governance)는 정말 건강한 탈중앙화를 이룰 수 있을까? 아니다. 그렇다면 이 플랫폼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사용자들이 이탈할 것이다. 왜냐하면 플랫폼 제작자들이 그러한 것처럼, 참여자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이 탈중앙화의 가치를 몰라서 그런 것일까? 탈중앙화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싫었을까? 아니다. 가치에 집중하기 위한 원동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경계 없는 의사소통

공동체가 가치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쳤다. 개개인에게 충분한 보상도 주어진다. 그렇다면 이 공동체는 어떻게 일을 해야할까?

앞서 비즈니스 요구사항과 소프트웨어 요구사항이 병행되서 분석, 도출되어야 하고, 상호 보완적 검증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비롯 초기단계(기획, 설계)에서 뿐만 아니라 구현 중에도 계속해서 반복되어야 한다. 모든 사업영역과 진행 단계에서 열린 애자일 방식이어야 한다. 따라서 업무 방식도 사업자(CEO), 사업부, 기획부, 기술부 등 조직의 경계없이 열린 토론이 되어야한다. 기존의 기업방식 처럼 상명하달 식의 TOP-DOWN 방식으로 개발할 수 없다. 또한 앞서 기획이 끝나고 요구사항을 기술팀에 전달해서 그에 맞춰서 구현하는 water-fall 방식도 존재할 수 없다. 타당한 비즈니스 요구사항 도출을 위해서는 기술자들도 기획 단계에 함께 참여해서 의견을 개진해야한다. 반대로 소프트웨어 요구사항 도출시에도 사업, 기획 파트의 인원들도 함께 토론에 참여해야한다.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 모두가 자신의 도메인 지식이나 용어를 최대한 풀어 설명하고, 상대방 도메인 영역에 대해서 부족하면 공부할 생각을 가지고 토론에 임해야한다. 즉, 사업/기획자는 기술자의 도움을 받아 기술적인 내용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업무를 해야하고, 기술자도 구현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업/기획 영역에서 생각해보는 사고 훈련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야 서비스의 논리적인 홀을 기획 초기에 발견해서 탄탄한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고, 기술자도 사업기획에 적합한 기초를 갖추고 사업방향에 따라 탄력적인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실제 서비스의 기획부분과 실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사이에 메타구조가 일치할수록(차이가 덜 할수록)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가 간결해지고, 향후 구현시 feasible & resilient 하게 되는 것을 경험해왔다.

정리하면,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전문성있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서도 설계 과정에서는 서로 참견하면서 토론할 수 있어야 제대로된 가치기반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불편한 토론을 즐기고 이것이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느냐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당 비즈니스의 성공의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

사실 오랜시간 한국의 기성 기업조직과 시스템 안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이런 문화를 만들어가기가, 아니 문화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관점에서 해당 분야에서 오래 일한 senior 보다 아직 관습의 때가 묻지 않은 junior 들이 주 멤버가 될 때 오히려 블록체인 비즈니스 사업은 잘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탈중앙화 신뢰조직

결국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하는 공동체는 공동체 자체가 탈중앙화 되고 개인과 활동에 대한 신뢰가 있는 조직이어야 성공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나는 이것을 탈중앙화 신뢰조직이라고 부르고 싶다. 탈중앙화 신뢰조직은 어떤 모습일까?

  • 개개인의 책임과 능력에 대한 공동체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이 사람이 책임을 맡은 부분에 대해서는 끝까지 완수할 것이라는 기존의 책임 기준에 더해서 공동체가 함께 그 책임을 완수할 것이라는 신뢰모델을 기초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자가 자신의 고유업무영역 뿐만 아니라 공동체에서 진행되는 여러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기여를 한다.

  • 공동체에 기여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이 목표는 기존에 많은 기업의 HR 담당자들이 현실화 하고 싶어서 노력했지만 잘 안되어왔던 것이다. 또 대부분의 노력들은 더 경직된 행정절차와 형식안에 조직을 가두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형성된 형식틀은 조직과 조직이 개인과 개인이 밥그릇 싸움을 하게 되는 심각한 부작용도 야기했다. 밥그릇 싸움은 결국 공동체 조직원이 비즈니스 가치에 집중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에만 집중해서 결국 비즈니스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결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것은 블록체인이 신뢰 네트워크에서 합의된 분산원장을 기록하는 방식을 접목하면 가능하다. 각자가 자신의 고유 업무영역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모든 논의 과정에 참여한 모든 기록을 블록체인에 기록한다고 생각해보자. 그 기록을 바탕으로 평가를 하고 평가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주는 모델을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보고 듣고 경험한다면, 굳이 누가 중앙에서 컨트롤하고 압박하지 않아도 개개인은 자연스럽게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다양한 기여를 하려고 움직일 것이다. 자신의 영역만 고집하는자, (토론을 통해) 간섭받고 간섭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자는 자연스럽게 조직에서 도태될 것이다. 자신은 부정하고 싶어도 블록체인 기록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조직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블록체인 기반의 기록/평가 시스템이 갖추어 진다면 지난한 창조적 파괴속에서도 공동체의 목표를 향해 순항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