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 블록체인을 위한 성공의 열쇠
The key to success for blockchain technology after Ethereum
블록체인분야에서 이더리움 이후에 블록체인 3세대(또는 3.0)의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해 소프트웨어 기술자들 뿐만 아니라 금융 투자자들도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혹자는 기술적 관점에서 어떤 기술을 갖춰야 블록체인 3.0 시대를 열 수 있을지를 설명하기도 한다. (cloud node, high scalability, interoperability 등.. ) 본 글에서는 3세대 블록체인을 새로운 관점에서 정의해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정의한 다음 세대 블록체인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Introduction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명)가 발표한 비트코인 플랫폼(network)은 기존의 중앙집중형 거래 시스템이 가진 신뢰모델의 비효율성(유지비용과 수수료)과 취약점(double-spending problem)을 극복할 수 있는 P2P 전자 화폐 시스템을 제시했다. 2009년, 비트코인 개발자 그룹은 오픈소스로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공개했다. 이후, 프로그래머들의 채굴 경쟁 또는 네트워크 보안관점에서 해커들의 도전으로 네트워크는 성장했다. 2010년에 단 한차례 보안 문제가 발견된 이래로 네트워크의 신뢰모델을 깨뜨리는 보안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발전함과 동시에 그 신뢰성은 점점 대중적으로 인정 받았고,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구성했던 신뢰모델은 이제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의 기술로 불리게 되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발표한 비트코인을 1세대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한다면, 2세대 블록체인 시대를 연 기술은 이더리움이라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 이후로 Colored coins, Namecoin 등의 네트워크들도 나왔지만 비트코인이 제시한 범주 안에서 일부 기능적인 면이 다를 뿐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반면에 2015년 비탈릭 부테린이 발표한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비트코인은 중앙 집중형 시스템 없이(탈중앙화) 신뢰 거래를 가능케하는 화폐거래의 기능만 있다면, 이더리움은 화폐 뿐만 아니라 smart contract 로 명명되는 어플리케이션의 구동도 블록체인 신뢰 네트워크에서 가능하게 했다. 화폐 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서비스를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된 신뢰 네트워크에서 구현하고 이용할 수 있게된 것이다. 이더리움에서는 이를 튜링완전성(Turing-Complete)을 지원한다고 표현한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이 튜링완전성으로 마치 앱스토어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누구나 smart contract 를 네트워크에 배포하고, 누구든지 그 smart contract 에 담긴 프로그램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실제로 이더리움 네트워크와 smart contract 로 구현한 서비스들이 상용화되어 운영되고 있다. 또한 smart contract 기반의 서비스는 기존에 존재하던 서비스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서 탈중앙화 개념을 접목시켜서 새로운 서비스 모델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더리움은 더 이상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기능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blockchain echo-system 이다.
이더리움의 등장은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고 확장시킨것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토대를 바탕으로 탈중앙화 사상까지 전파시켰다. 탈중앙화된 서비스(어플리케이션)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이더리움을 통해 눈으로 확인했다. 나카모토 혹은 그 이전부터 제시되었던 중개자 없는 신뢰 서비스를 이제 실제로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던 기존의 사회, 경제구조까지 탈중앙화하도록 바꿀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Mission for Next Generation
하지만 윌리엄 무가야가 책(비즈니스 블록체인)에서 예견한 것처럼, 이더리움으로 대표되는 2세대 블록체인과 이를 이용한 서비스들은 현실의 규제장벽과 사회적 수용의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기존의 서비스들을 대체하고 사회경제구조까지 탈중앙화할 수 있겠다는 비전은 제시했지만, 기존의 서비스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힘든 현실이다. 나는 다음 세대 블록체인의 과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다음 세대 블록체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
나는 블록체인의 세대 구분과 각 세대별 주해결과제(미션)는 다음과 같이 본다.
- 1st - 비트코인 - 탈중앙화 네트워크 신뢰의 확인 작업
- 2nd - 이더리움 - 탈중앙화 네트워크 서비스의 구현 작업
- 3rd - many platform & apps - 탈중앙화 네트워크로 기존 신뢰와 서비스의 파괴, 대체 작업.
즉, 이더리움 이후 다음 세대 블록체인의 성공의 열쇠는 이제 구현 가능해진 탈중앙화 네트워크 신뢰로 기존 신뢰구조를 파괴하고 대체하는 미션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에 달려있다. 이더리움 이후에 어떤 플랫폼이 블록체인 생태계의 패권을 쥐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다음 세대가 관심 가져야 할 것은 이제 구체적으로 구현가능해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의 신뢰와 서비스로 어떻게 비즈니스의 성공을 달성할 것이냐이다.
Change your mind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하고 싶다면 더 이상 어떤 블록체인 플랫폼이 대세를 이룰지, 어떤 코인의 가격이 높아질지 등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생각은 오히려 비즈니스에 독이 될 것이다. 언제나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 비즈니스를 통해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를 잘 만들어야 성공한다. 잘 만든 서비스가 결국 돈이 된다. 서비스를 잘 만들어내기 위한 최적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플랫폼, 기술을 이용하면 된다. 없으면 만들면 된다. 비트코인이 좋냐, 이더리움이 좋냐, EOS가 좋냐. 이런 질문은 이 맥락하에서 던저야 한다.
새로운 블록체인 네트워크 플랫폼이 되든, DApp 이든, 아니면 제 3의 형태의 서비스가 되든 앞으로는 자신이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속한 영역의 도메인 특수성(domain-specific)을 잘 담아낸 서비스가 성공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검토도 이 관점에서 해야한다. 배달의 민족과 같이 실시간 결제와 거래가 중요한 서비스는 빠른 응답시간과 확장성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더리움은 tps 가 낮기 때문에 이용할 수 없다. 이더리움이 아무리 개발 생산성이 좋고, 생태계도 풍부하고 이더의 가치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오히려 mining 이 없고, 합의 과정에 제한된 노드만 선발해서 빠른 응답시간을 제공해주는 private blockchain 을 이용하는 것이 이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만한 퍼블릭 블록체인이 없는 현 시점에서는 더 좋을 것이다. 경매 사업과 같이 거래 신뢰성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eventually-consistency 하기만 하면되고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TPS 를 잘 감당해야하는 서비스라면, 모든 노드가 매번 트랜잭션이 발생할 때마다 validation 에 참여하는 합의 알고리즘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이 경우는 hashgraph 와 같은 합의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것이 서비스의 요구사항을 잘 만족시킨다. 민주주의 투표 시스템 또는 협동조합 서비스등을 기획하는 곳은 블록체인 플랫폼이 해당 서비스의 특수성을 반영한 governance 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이 경우에 EOS 의 sub-network 로 civilization 을 구성을 꾀해볼 수 있고, 소스의 커스터마이징을 거친 후에 별도의 네트워크로 구성해볼 수도 있겠다. 아니면 새로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코인으로 돈을 벌기위해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탈중앙화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나타났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이전에는 줄 수 없었던 어떤 가치를 사용자에게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한다. 이전에 있던 서비스와 차별되게 어떤 가치를 더해줄 수 있을까? 또는 이전에는 존재할 수 없던 가치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어떤 서비스로 제공해줄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 말이다. 가치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 내가 만든 코인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은 결국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겨먹겠다는 기존 사고와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사고로는 기술의 탈중앙화는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가치의 탈중앙화는 이룰 수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 정치에서 시민이 그러한 것처럼 사용자는 결국엔 가치가 탈중앙화 되는 것을 알아보고 움직일 것이다.
What to do to success for blockchain business
따라서 블록체인 사업에서 성공하고 싶은 이들은 먼저 사용자(target user)의 관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관심 없다. 탈중앙화가 무엇인지도 관심없다. 자신이 쓸만한 서비스라면, 이용하기 편한 서비스, 자신에게 유익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이다. 만약 블록체인 기반의 은행 서비스가 기존은행보다 계좌이체가 느리다면, 예금의 이율이 낮다면, 투자할만한 금융상품이 없다면 사용자는 어떻게 반응할까? 사용자가 직접 블록체인 기술이 얼마나 안전한지, 탈중앙화가 얼마나 가치있는지를 공부하고나서 이용할까?
블록체인 기술기반으로 B2C 사업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서비스인 steemit 을 보자. 구글에서 특정 키워드들로 검색하면 벌써 상위 랭크로 연결되는 페이지가 상당하다. steemit 을 알지 못했던 이들도 들어가서 글을 보고 쓴다. $xx.xx 라는 표식은 SMT 토큰에 대해서 모르더라도 ‘이곳에서 글을 쓰고 투표를하고 댓글을 쓰는 활동을 하면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구나.’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아직 Medium 이나 Facebook 처럼 겉모습이 유려하지는 않지만 글을 쓰고 수정하고, 댓글을 다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게다가 활동에 따라 금전적인 보상이 바로바로 눈에 보인다. 어느새 사용자는 개인블로그에 올리던 글을 이제 여기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라서 성공적인 블록체인 사업을 위해서는 여느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먼저 달성가능하고 상세한 비즈니스를 분석하고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도출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비즈니스와는 다르게 블록체인 기반의 사업은 비즈니스 요구사항 수립과정에서 병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 요구사항의 도출 및 분석이다. 왜냐하면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사업은 블록체인 기술, 탈중앙화 사상, 탈중앙화 또는 가상화폐 생태계에 대한 사용성을 기반으로 기획(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기술로도 구현가능하고 그에 따른 기술적인 오류발생 가능성(and vice versa, 또는 역으로 소프트웨어 요구사항이 비즈니스 요구항을 깨뜨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비로소 실현가능한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Conclusion
다음 세대 블록체인이 무엇이 될것이냐라는 질문에 Zilliqa, EOS, AION 등 기술적으로 진보를 이루고 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대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 글에서는 이 시대에 어떤 이슈를 던지고 어떤 미션을 해결했는지를 기준으로 블록체인 세대를 나누었다. 이것은 사회적인 차원이다. 블록체인은 단순 기술이 아니라 사회성(생태계, 거버넌스 등)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 정의한 이 기준이 앞으로 발전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대함에 있어서도, 새로운 블록체인 사업을 전개해 나감에 있어서도 더욱 유의미할 것이다.
다음세대 블록체인 사업의 성공은 탈중앙화 네트워크로 기존 신뢰와 서비스를 파괴하고 대체 작업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의 도메인 특수성을 블록체인에 잘 담아내려고 고민해야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이전에 제공할 수 없던 어떤 가치를 지닌 서비스를 제공할지 고민해야한다. 기술자는 어떤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블록체인을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한다. 행동영역에서는 명확한 비즈니스 요구사항의 분석 및 도출이 필요하고, 다른 사업들과는 다르게 소프트웨어 요구사항과 병행해서 진행해야 한다. 설계와 구현의 선후없이 애자일 방식으로 지속적인 창조적 파괴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이런 불편함들을 고집스럽게 서비스에 담아낸다면 결국 세상에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Epilogue
용어 의미
서비스
- 사용자가 직접 접하는 현실 서비스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네트워크 플랫폼, DApp, 아니면 제 3의 형태의 서비스 등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하였다.
성공적
- 서비스 런칭 이후에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투자(eg. ICO) 이상의 현실가치를 가지는 경우를 생각하며 썼다.
앞으로
앞으로 블록체인 비즈니스, 생태계, 기술 등을 설명하고 분석하는 글들을 연재할 계획이다. 이어지는 글들은 아마 이 글에서 밝힌 생각들을 기본 바탕으로 해서 쓸 것 같다.
번역이나 단순 기술 설명등 원래 있던 자료를 재생산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하고 비판하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등, 재창조하는 것이 글을 쓸만한 의미가 있다.
ICO 에 대해서
현재 쏟아지고 있는 ICO들 중에는 ICO를 위한 ICO가 상당수이다. 이들중 상당수는 위에 언급한 상세한 비즈니스 & 소프트웨어 요구사항 분석, positioning, 목표 수립 등의 과정이 생략되어있어 우려가 된다. 암호화폐 투자가 유행이 된 지금, 투자자들은 구체적인 검증과정 없이 혹시나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대박이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ICO 자금을 대준다. 때문에 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개발만 하면 사용자가 생겨서 수익이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ICO 를 한다. 서비스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ICO에 앞서 해당 서비스를 검토했다고 이름을 올리는 사람들의 면면을 봐도 전문성을 알 수 없는 사업자들, 또는 블록체인 관련 오픈소스 경험이 github 에 기록되어있다는 기준으로 컨택한 기술자들이다. 또한 이들 중 대부분은 심도있는, 책임있는 검토가 아니라 이름을 올리는데에 얼마의 보상을 받기로 하고 이름만 올린이들이 또 대다수이다.(실제로 이더리움과 같은 유명한 퍼블릭 블록체인에 커밋한 기록을 긁어서 얼마의 토큰이나 이더를 줄테니 이름만 올려달라는 이메일을 뿌리는 행태가 많이있다.) 그리고 이들은 보증인도 아니고 단순 검토인이다. 아무런 책임이 없다. 요즘은 법적효력을 가지는 서약서등을 쓰기도 하는데, 이 역시도 서비스의 성공가능성을 보장하는 데는 어떤 보탬도 되지 못한다. 아이디어 수준의 whitepaper 와 (심지어 whitepaper 도 없는 경우도 허다함) 근거없는 계획과 근거없는 검토인들만 가지고도 수억원대의 ICO 를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런 현상은 마치 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때를 연상시킨다. 아마 이런 사업들 중 대부분은 2000년대 닷컴버블 때처럼 수년내로 꺼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